룸어쿠스틱 개선을 시작했어요.

 

이전 글에 올렸듯 최근에 작은 렌탈작업실을 계약했어요.

 

그동안은 시간이 안 나서 대략적인 세팅만 해놓았는데 

 

이번 주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서 룸 특성 측정하고 보정해봤어요.

 

 

저는 노이만의 KH 80 DSP라는 스피커를 쓰고 있는데

 

이 스피커는 DSP가 달렸는 데도 스피커 후면에서 건드릴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어요.

 

대신 랜 케이블을 연결하고 아이패드 Neumann Control App을 통해서 접속하면

 

굉장히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하죠.

 

하지만 저는 아이패드가 없기 때문에... 구경만 하다가

 

어제 집 근처에 아이패드 미니2 당근마켓 매물이 나왔길래 냅다 업어왔습니다.

 

 

측정용 마이크는 노이만 MA 1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35만원이나 주고 구입하긴 싫어서

 

가지고 있는 노이만의 TLM 103을 사용해봤어요.

 

TLM 103은 3~4kHz 정도부터 약간의 부스트가 있지만 대체로 평탄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Frequency 차트를 참고해서 측정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이게 Neumann TLM 103의 Frequency Chart가 맞을거에요...)

 

 

측정에 사용한 프로그램은 무료인 Room EQ Wizard(이하 REW)입니다.

 

예전에 한번 사용해봤더니 기본 기능이 크게 복잡하지는 않아서 다시 써보기로 했어요.

 

스피커에 랜 케이블 연결해서 아이패드 앱과 연동한 후 REW로 측정을 시작했어요.

 

측정 시작하면서 스피커 위치와 각도, 높이, 거리부터 조절해봤는데

 

 

벽에 바짝 붙인 원래 배치가 꽤 나쁘지 않았고,

 

대신 좌우 거리가 방 크기에 비해 너무 멀어서 책상 주변을 치운다음

 

스피커 사이 거리를 확 좁혀봤어요.

 

 

방이 엄청 작은 편인데도 4인치 스피커라 그런지 

 

나름 중고역은 평탄한 값이 나와서 만족스럽더라고요.

(마이크 특성을 감안하면 중저역에 부밍이 아주 많은 편입니다. 70Hz, 150Hz~500Hz 등)

 

첫번째 측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70Hz에 어마어마한 부밍과

 

100Hz부터 150Hz정도까지 넓게 파인 딥

(사방에 부밍이라 이 부분이 딥으로 보였는데 지금보니 다른 부분이 유독 올라와서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그 외에 세 군데정도 부밍을 추가로 잡는 것을 목표로 했고,

 

 

최종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세팅을 했어요.

 

말도 안되게 공격적인 EQ 사용이라 분명 문제를 만드는 지점도 있을텐데,

 

평탄한 밸런스를 느껴보고 싶어서 측정에 의지한 채 과감하게 건드려봤어요.

 

 

 

최종적으로 측정값은 아래와 같이 나왔어요.

 

 

측정한 노이만 마이크 특성을 생각하면 800Hz 부근에서 몇 번의 부밍을 빼면 

 

꽤나 평평하게 다듬어지긴했어요.

 

물론 잔향과 공진, 플러터에코 등을 확인하며 깊이 있게 세팅한게 아니라

 

겉핥기 수준이지만 재밌었어요.

 

 

아이패드 앱을 통해 세팅 전과 후를 빠르게 바꿔가며 들을 수 있어서

 

한참 이런저런 음악을 들어봤는데 스테레오이미지가 엄청 좋아져서 놀랐어요.

 

처음에는 악기와 보컬 알맹이가 너무 작아져버려서

 

과도한 EQ로 다 망쳤나 싶었는데 계속 들어보니

 

보정 후가 모든 악기, 대역, 위치가 깔끔하게 분리되어 들려서

 

보정한 것으로 계속 쓰기로 정했어요.

 

아마 2미터가 채 안되는 방음부스에서 6.5인치 스피커를 2년 정도 쓰다가

 

과장된 저음에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물론 인위적으로 과하게 손 봤기 때문에

 

이후에 룸어쿠스틱 패널이나 가구 등을 좀 더 들이고

(어쿠스틱퓨저 AT250 같은 저역 타겟 흡음재 + 러그 +

마주보는 벽면 중앙 또는 첫번째 반사 위치에 가구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코너는 많이 고민해봤는데 좁고 설치가 힘들어서 포기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대역은 EQ를 점점 줄일 계획이에요.

 

 

 

혹시 저처럼 장비나 공간을 바꾸기는 힘들고

 

룸어쿠스틱에 금액을 투자하기도 힘든 분들은

 

가지고 있는 마이크, 오디오인터페이스 가지고 한 번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단 저처럼 EQ가 가능한 스피커(또는 오디오인터페이스)가 아닌 경우에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적용하셔야 해요.

 

 

[적용 전과 후]

 

 

 

추신 1. 세팅 끝나고나서 안 쓰고 놀고 있던 Iso Acoustics를 써봤는데 측정값에 거의 차이가 없어서 의외였어요.

 

좋든 나쁘든 뭔가 변화가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추신 2. 원래 스피커 거리나 각도는 귀찮아서 대충 눈대중으로 하는 편인데

 

줄자 + https://www.genelec.com/design-tools 하단에 Monitor Focusing Template 가지고 해보니까

 

세팅이 틀어져 있더라고요.

 

스피커가 제 눈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세팅했었는데

 

스피커 유닛이 양쪽의 귀를 지나 뒤통수에서 모이는 느낌으로 해야 정삼각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