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간 로직을 써본 일종의 후기입니다.
<로직의 장점>
- 매우 싼 프로그램
25만원이면 (중고나라 잘 뒤지만 10만원 이하로 key를 사는 것도 가능) 여러 대의 mac에 정품으로 설치 가능하고,
정말 괜찮은 수준의 수많은 종류의 가상악기와 플러그인 이펙터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에선 굳이 다른 가상악기나 이펙터를 구매할 필요를 전혀 못 느낄 정도로)
Flex 같은 음정 박자 튜닝할 수 있는 괜찮은 기능도 내장하고 있지요.
아마추어 수준에선 멜로다인이나 오토튠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요.
즉, 로직 하나로, 소리에 대해 아주 큰 욕심이 없다면, 웬만한 작업은 다 됩니다.
- 방구석 싱어송라이터에게 완전 최적화
정말 편리하고, 정말 다양한 드럼 리듬을, 자동으로 입혀주는 엄청난 기능이 있습니다.
퀄리티도 매우 뛰어나고요. 물론 미디 패턴이긴 하지만, 이게 사용 방법이 진짜 극단적으로 편리합니다.
복잡하게 단순하게, 필인은 화려하게 단순하게... 뭐 이런 것만 지정하면 알아서 드럼이 깔려요. 신세계입니다.
그리고 정말 잘 만든 자체 아르페지에이터. 솔직히 감동 받았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이 엄청 편리하게 가능합니다.
피아노를 직접 칠 필요가 없지요.
방대한 루프 패턴이 애플 루프라는 이름으로 내장되어 있어서,
악기 연주 잘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끌어다 쓰면 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인터페이스의 편리함 하나는 끝내줍니다. 케이크워크를 다룰 줄 알고,
DAW의 동작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3~4시간이면 마스터합니다.
이건 애플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또한 엄청나게 다양한 프리셋.
저처럼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겐 프리셋만 잘 고르면 됩니다. 진짜 다양하지요.
- 안정적인 시스템과 낮은 레이턴시
윈도 기반의 DAW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버퍼에서 랙이 덜 걸리고, 같은 버퍼 사이즈에서도 레이턴시가 짧은 편입니다.
하드웨어-OS-DAW 를 모두 같은 회사에서 제작하니, 정말 최적화가 잘 되어 있구나한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맥OS의 코어-오디오는 윈도의 WASAPI 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오디오 엔진이죠.
미디 작업만 한다면 굳이 오디오 인터페이스 구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요.
<로직의 단점>
- 상기의 장점을 제외한 모든 것
- 매우 비쌉니다 (잉?)
Mac 에서만 구동됩니다.
순수하게 제 입장에서, Mac 은 로직을 돌리기 위한 용도 외엔 무용지물입니다. (영상편집이나 그래픽 작업은 안 하므로)
회사에 업무용 PC 가 있고, 집에도 PC 가 있고, 보통 인터넷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하는데, Mac까지...
2019년도 15인치 맥북프로 I7 모델이, 같은 CPU, RAM, SSD사양의 MSI 나 ACER, ASUS 등 대만제 괜찮은 노트북 가격의 정확히 2.5배 입니다.
(물론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휴대성(=두께 무게)은 논외 => 집에서 로직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의미 없음)
게다가 Mac 은 사양 선택의 폭이 매우 좁고, 심지어 요즘 맥북은 Ram 이나 SSD 등 직접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죠.
심지어 A/S 비용! 디스플레이 하나 교체하는데 100만원입니다. 그렇다고 애플케어플러스 가입하면 추가로 30~40만원.
고장난 부품만 교체하는 게 아니라, 하판 또는 상판을 통째로 바꾸는 게 애플의 정책이죠.
이거 완전 돈 먹는 하마입니다. A/S 비용 때문이 미치고 환장하는 맥북 유저 자주 봤습니다.
즉, 로직 자체는 굉장히 싼 프로그램이지만, Mac 이라는 엄청나게 비싼 동글key를 구매해야 한다는 환장할만한 단점이 있지요.
- 엄청나게 불편한 레코딩 기능
아... 진짜 케이크워크의 직관적인 레코딩과, 특히 Sound on sound 옵션에 길들여진 저에겐,
리젼과 펀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레코딩에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더군요. 진짜 답답해서 환장합니다.
레코딩과 오디오 편집이 직관적이지가 못해요. 물론 Flex 기능은 좋지만, 그건 Melodyne 같은 플러그인으로 대체가 되니까요.
페이드도 불편하고, Take Lane 도 불편하고, 아무튼 모든 게 불편합니다.
케이크워크의 오디오편집과 레코딩 기능이 정말 정말 직관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그런데 제가 전에 스튜디오원도 잠깐 써본적 있는데요. 역시 불편합니다.
레코딩의 직관성은 케이크워크만한 DAW가 없어요. 진짜.
그리고 믹싱할 때 믹서 창을 안 열고도 완벽한 믹싱이 가능한 DAW 가 케이크워크 말고 있을까요? ㅎㅎ
<결론>
맥북 팔아버리고 다시 케이크워크로 돌아왔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로직의 가상악기나 플러그인, 아르페지에이터 같은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친정에 돌아오니 좋네요.
케이크워크는 공짜!!입니다.
제가 만약에 직업 음악인이면, 어떻게든 로직을 쓰거나, 아니면 큐베이스, 에이블톤 등을 썼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널리 쓰이는 DAW를 이용한, 작업 공유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취미 수준에선 의미가 없습니다. 취미 음악인이 단순히 로직만을 위해 맥을 사는 건 정말 돈지랄이예요.
좋은 음악은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만드는 거지, DAW에서 마우스 클릭과 미디콘트롤러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꼰대같은 소리일지 몰라도, 제 선배들은 비디오테이프 넣는 8트랙 MTR로도 쥑이게 좋은 음악 수도 없이 만들었는데,
잠시나마 DAW 를 따졌던 저 스스로가 정말 부끄럽네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로직을 가지고 보컬 트랙을 어마어마하게 쌓아올리는 것을 보았는데요.
트랙 팍팍 만들어서 순식간에 수십트랙 녹음하는 걸 보고 로직의 레코딩과 오디오 편집이 참 편리해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글을 보고 Take Lane과 Sound on sound 옵션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케이크워크의 오디오 관련 기능이 참 괜찮아졌구나 생각이 들어요.
올려주신 내용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로직이 어떤지 느껴볼 수 있었어요. 솔직한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