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베링거가 X32 라는 녹음실의 표준처럼 된 전설적인(!!) 디지털 콘솔도 만들어내긴 했지만,
사실 음악인들 사이엔 베링거 메이커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거든요.
농담으로 "베링거"를 "버린 거" 라고 부를 정도로 싸구려 이미지가 큰데,
얼마 전에 지인이 다채널 레코딩이 필요해서 UMC1820 샀다며,
셋업 하는 거 도와달라고 해서 좀 만져보고 이래저래 테스트 해봤습니다.
(지인은 오래 음악했지만, 하드웨어 쪽에 매우 약한 분이라...)
베링거라고 해서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와. 이거 생각보다 너무 좋네요!
인터넷 최저가 신품 30만원(!!) 정도인데, 모든 면에 있어서 흠잡을 곳이 단 하나도 없네요.
만듦새도 훌륭하고, 컴팩트하고, 8채널에 ADAT 까지 지원합니다.
마이크 프리앰프도 너무 좋고, 윈도우나 맥 모두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지인 PC는 맥이라, 제 윈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로직과 케이크워크 둘 다 테스트 해봤거든요)
특히 8채널 모두에서 Hi-Z 입력을 지원하는 걸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이게 밴드에선 꼭 필요하거든요. 보통 다른 인터페이스들은 1,2번 채널에서만 Hi-Z 입력을 지원한다는 식이죠.
금번에 이 UMC1820 테스트해보고는, 베링거는 돈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니 쓰는 거란 이미지가 그냥 사라졌습니다.
물론 베링거에는 싼맛에만 쓰는 형편없는 제품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름 플래그쉽이라고 출시하는 모델들은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는 거죠.
베링거가 MIDAS 니 TC 니 TANNOY 같은 정말 인정받는 음향기기 회사들을 인수했으니,
그 기술이 베링거 자체의 제품들에도 분명 영향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UMC 모델 같은 경우, 마이크 프리에 MIDAS 프리라고 써 있는데, 그냥 무늬만 MIDAS 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써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진짜 좋더라고요. ㅎㅎ
어디가서 30만원에 이 정도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사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아쉬운 거 한 가지는,
진짜 이해할 수 없는 베링거의 윈도 용 드라이버 정책입니다.
같은 UMC 모델군 인터페이스인데, 채널 수가 적은 저가형에 대해서는, 네이티브 드라이버를 제공 안 해요.
ASIO4ALL 깔아서 쓰라는 거죠.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안정적으로 작동할 리가 있나요.
맥에 연결할 때는 CORE AUDIO 드라이버를 쓰니 드라이버 설치 없이도 잘 되지만.
다행히 UMC1820 모델은 윈도용 드라이버를 제공해서, 케이크워크에서도 안정적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버의 버젼도 버그패치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기술지원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웹사이트를 보니까 UMC202 모델부터 네이티브 드라이버를 제공하고, 그 아래 모델들에는 제공을 안 하네요.
솔직히 뭐 이딴 정책이 다 있나 싶습니다.
지금은 스펙이 너무 감사한 정도죠 ㅎㅎㅎ